돔 글라스 천장에서 빛이 내려온다. 빛은 샹들리에를 통해 화려한 조명이 되어 무도회장을 장식한다. 빛으로 가득한 무도회장은 화려하다. 무대 중앙을 돌며 화려하게 춤을 추는 커플에 모두의 시선이 고정된다. 한순간 숨이 멎는다.
그랜드 세이코 SBGW231 드레스 워치 실물을 본 첫 느낌이다. 크림 다이얼은 귀족들의 무도회장 같고, 스틸 인덱스에 반사되는 빛은 무도회장 천장에 있는 샹들리에 화려한 조명이 된다. 다이얼 위에서 춤추듯 움직이는 핸즈는 플로어에서 춤추는 한 쌍의 커플 같다.
"10월 상순, 추위가 오기 전에 벼를 수확하려는 준비를 하는 때, 아침 안개가 이슬로 식물을 덮고 옅은 안개가 들판에 가볍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랜드 세이코 공홈의 소개 글입니다.
하지만 실물을 직접 본다면 ‘자연의 미’처럼 수수한 모습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화려하다’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이 화려함은 보석이 세팅되거나 금과 은 같은 귀금속이 포함돼서가 아니다. 그랜드 세이코의 시그니쳐가 된 자라츠(Zaratsu) 폴리싱으로 빛을 뿜어내는 케이스와 ‘바 인덱스’의 환상적인 마감이 만들어낸 빛의 향연이다.
지금까지 SBGW231에 대한 영상과 사진을 봤지만, 그 어떤 매체도 그랜드 세이코 SBGW231의 실물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단언한다.
그랜드 세이코 SBGW231 드레스 워치 표준을 말하다.
외관
외관 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 |
케이스백 | 6개의 나사가 있는 케이스백 |
글래스 소재 | 박스 쉐이프 사파이어 크리스탈 |
글래스 코팅 | 내부 표면의 반사 방지 코팅 |
케이스 사이즈 | 직경 37.3mm 러그 투 러그 44.3mm 두께 11.6mm |
밴드 폭 | 19mm |
밴드 소재 | 악어 가죽 |
무브먼트
칼리버 번호 | 9S64 Instructions |
무브먼트 타입 | 매뉴얼 와인딩 |
파워 리저브 | 약 72시간 (3일) |
Normal usage accuracy | +10 to -1 seconds per day |
기능
방수 | 스플래시 저항성 |
자성 | 4,800 A/m |
기타 세부사항 / 특징 | • 24석 |
1. 완벽한 드레스 워치 디자인-37mm 다이얼, Non Date
시계를 바라보는 기준은 계속 변한다. 이전까지는 40mm 이상의 시계를 찾았다. 얇은 손목에 42mm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는 40mm 이하 시계를 착용해 본 적이 없었기에 잘 몰랐다. 16cm 손목에는 36~38mm 사이즈가 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다이얼 크기만으로 시계 착용감을 논할 수는 없다. 러그와 러그 사이의 길이 역시 중요하다. 그세 231은 러그 사이 길이가 짧다. 착용감이 좋다. 나를 비롯한 동양인의 손목 위에도 위화감이 없다.
언제부턴가 논-데이트 다이얼 시계만 찾는다. 이전에 착용한 글라이신 에어맨은 모두 날짜 창이 있다. 에어맨을 모두 처분한 지금은 그랜드 세이코 SBGW231, 튜더 블랙베이 36 청판으로 논-데이트 시계만 남았다. 사이즈도 40mm 안쪽이다.
이렇게 된 것은 내 의지와 취향이라기보다 유튜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2. 럭셔리 드레스 워치-크림 다이얼
크림 다이얼이 예쁘다는 걸 그세를 보고 알았다. 이전에 프레드릭 콘스탄틴 문페이즈 워치의 크림 다이얼을 봤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예쁘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크림 다이얼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세 때문에 크림 다이얼이 눈에 들어왔다. 그랜드 세이코가 좋았다기보다는 SBGW231가 좋아 그랜드 세이코를 선택했다. SBGW231과 SBGA291 사이에 고민이 있었다. SBGA291 스프링 드라이브의 물 흐르듯 지나가는 초침의 모습은 넋을 놓고 바라보기 좋았다. 이렇게 된건 유튜브 때문이다.
고민됐지만 36mm에 가까운 사이즈, 논 데이트 때문에 SBGW231을 선택했다. 수동 와인딩은 모리스 라크로와 Jour et Nuit도 수동 와인딩이라 별로 문제 되지 않았다.
그랜드 세이코 SBGW231 용두를 돌리는 손맛은 일품이다. 계속 돌리고 싶어진다. ‘모리스 라크로와 주르에뉘’의 와인딩은 첫 느낌은 괜찮으나 나중으로 갈수록 너무 뻑뻑해서 돌리기가 어렵다.
참고로 단순히 그세 실물을 보기 위해 매장 방문은 추천하지 않는다. 쇼윈도의 조명과 자랏츠 마감으로 빛나는 핸즈와 인덱스 보면 한순간 넋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저도 일본 여행 때 매장에서 실물을 본 후 제 손에 이 시계가 들려있었습니다.
3. 럭셔리 드레스 워치-핸즈, 바 인덱스, 돔 글라스
그랜드 세이코의 핸즈, 바 인덱스는 스위스 하이엔드에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랜드 세이코의 스틸을 다루는 실력은 경이롭다. 바 인덱스와 핸즈만으로 이렇게 화려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크림 다이얼과 핸즈, 바 인덱스를 보고 가장 무도회장이 떠올랐다. 이렇게 화려한데 추수를 앞둔 가을이라니? 공홈의 설명이 전혀 공감이 안 된다.
위 사진을 빛을 받지 않아 수수해 보이지만 빛을 받으면 정말 화려합니다. 멀리서도 시계가 눈에 띌 정도로 반짝거립니다.
이런 화려함이 과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돔 글라스. SBGW231를 엘레강스하게 만들어 주는 요인 중 하나가 돔 글라스라 생각됩니다.
그랜드 세이코 SBGW231 편안한 착용감
19mm 악어가죽 시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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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mm 그린 악어가죽 시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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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세이코 SBGW231은 얇은 손목에도 착 감기는 맛이 있다. 클래스프의 길이가 여타 브랜드의 클래스프보다 짧다. 디버클의 길이가 길면 손목 아랫부분에 걸려 시계가 손목 중앙보다 살짝 위로 올라가는데 그세 클래스프는 길이가 짧아 시계가 손목 위에서 위치가 틀어지거나 하지 않습니다.
착용감으로 따진다면 ‘핀 버클’이 월등히 좋기는 하나, 탈착의 용이성으로 클래스프를 주로 사용한다.
잘 만들어진 드레스 워치가 생각난다면
시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바뀐다.
처음에는 크로노그래프 워치가 멋져보였다. 기계식 시계 입문은 IWC 포루투기저와 비슷한 해밀턴의 재즈마스터였다. 이후 오메가의 브로드 애로우, 다이버 시계, 에어맨 등을 거쳐 지금은 드레스 워치에 눈길이 간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고 시계의 끝은 ‘온리 타임’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컴플리케이션 워치에는 흥미가 없다. 논 데이트의 온리 타임 시계에 관심이 간다. 언제까지 이럴지는 알 수 없다.
드레스 워치는 심플하다. 심플해서 더 디테일이 중요하다. 시선을 사로잡을 화려함을 거둬냈기에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한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이 어려운 기본에 충실한 녀석이 바로 SBGW231이다.
잘 만들어진 드레스 워치가 생각난다면 비로소 그랜드 세이코 SBGW231을 고려해 볼 때가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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